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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9-02 11:12
[취재수첩] 산란일자의 대가
 글쓴이 : 대한양계협…
조회 : 107,612  

[취재수첩] 산란일자의 대가

 

사람들은 흔히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들 한다. 모든 일엔 합당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원리다. 만약 운 좋게 대가를 치르지 않고 편의를 얻었다면, 그건 대개 다른 사람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8월23일부터 ‘난각(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의무 표기’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정부가 달걀 안전성 보장과 소비자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제도를 만들었지만,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대가는 농가가 치르는 모양새다. 한쪽에만 과도한 희생이 있을 때 우리는 그게 합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농가 피해는 현장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산란일자 의무 표기가 시행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현장에선 우려했던 ‘달걀 서열화(갓 생산한 달걀을 먼저 선택하는 것)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통상인들은 벌써 농가들을 대상으로 산란일자가 조금 지난 달걀을 처분해주겠다는 전화를 돌리는 중이다. ‘싼값’이란 전제를 깔고서 말이다. 이미 대형마트에서도 생산된 지 10일이 지나지 않은 달걀만 받고 있고, 요구하는 산란일자도 점점 앞당겨지는 추세다. 농가가 헐값에 팔지 않는 이상 산란일자가 조금 지난 달걀은 판로를 잃을 지경에 이르렀다. 경기도에선 산란일자 때문에 달걀을 폐기처분한 사례도 나왔다.

산란일자를 문제없이 찍어 출하하는 농가라 할지라도 수지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농가는 산란일자를 분류·관리하려고 추가로 직원을 뽑았다. 달걀은 왕란·특란·대란·중란·소란으로 구분하는데, 이를 산란일자에 따라 관리하려면 기존 인력으론 부족해서다. 일부 농가에선 “규제 때문에 숨을 못 쉬겠다”며 “더는 산란계농장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암울한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차라리 계도기간을 두지 말고 바로 표기하자고 할 걸 그랬다.” 산란일자로 빚어진 문제가 스멀스멀 나타나자 한 업계 관계자가 꺼낸 말이다. 문제점이 진작에 드러났으면 해결책을 빨리 찾지 않았겠느냐는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 업계에선 그나마 지금은 추석을 앞둔 달걀 성수기라 상황이 낫지만, 추석 이후 비수기엔 날짜별로 달걀값에 더 큰 차등이 생기지 않을까 근심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산란일자는 편리하다. 언제 어디서 달걀이 생산됐는지 달걀 껍데기만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주어진 편의가 농가의 삶을 위협한다면 편의와는 별도로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다. 농가경영비가 증가하거나 농가가 줄폐업하면 그 영향은 소비자에게도 미치게 된다. 결국 농가 혼자 치를 대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 생산자단체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현황파악에만 급급하고 있고, 정부는 제도시행 초기이니 일단 지켜봐달라는 답변뿐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는 보장하되, 농가의 피해는 줄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산란일자로 서열화하는 행위를 단속하고, 재고 달걀의 소비 활성화 방안도 고민해봄 직하다. 정부와 생산자단체가 나서 달걀 서열화와 재고 달걀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내놔야 할 때다.[농민신문 박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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