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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1-02 00:00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895  

"여러분의 밥을 축내진 않겠다"란 말은 신PD의 자존심이다.

지난 3월말 양계협회 전무로 새로이 앉으면서 내 뱉은 취임사의 일성이다.

지난봄 3월 말에도 양계협회에 재정은 안 좋은 듯 했다. 직원들 봉급도 못줬다는 못된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신PD는 양계협회 전무에 취임한다. 전무란 자리는 조직의 실무 총책임자다. 그런데 양계업무 전반에 전혀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전무자리를 차지했으니 이건 분명 '밥만 축내고 갈사람' '낙하산 인사'로 오해받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취임후 바로 관련업게에 인사를 갔다가"이번 양계협회 전무 인사가 적절치 않다"는 무안을 당해야 했다. 왠만했으면(?) 그 자리에서 싸움이라도 한판 벌리고 그만 두었을 터이다. 사실 맞다. 맞는 이야기다. 인사란 것은 그 조직에 몸담아 고생하고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지식을 닦아온 분이 우선 대접받는 내부승진이 기본이다. 그 분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밥을 축내지 않겠다"라고 큰 소리를 치기도 했지만 어찌했든지 어렵게 직원들이 땀흘려 모아논 알곡창고에서 적당히 월급이나 받다가 떠나는 일은 누구에게도 안된다. 그럼 신임 전무가 해야 할 밥값은 뭘까? 협회 위상을 높이는 일? 농가와 협회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일? 모두 맞는 말 일거다. 그래서 그 당시 덧붙여서 직원들에게 주문한 것이 '변화'와 '자신감'이다.

변화와 자신감은 새로운 내일을 약속한다. '작게' 변화를 주문했다. 또 실리적 변화를 주문했다. 그 중에서 첫째로 잡힌 것이 월간양계다. 월간양계가 양계협회에 얼굴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게다가 양계협회의 주 소득원 아닌가? 지난 일이니까 내 얼굴에 침 뱉는 우를 범한다. 솔직히 월간양계에 대해 첫 인상은 대단히 나빴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지"라는 생각이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변화거부'의 집합체(?). 그저 광고 들어오는 대로 싣고 기사청탁해서 편집하는 정도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1978년 첫 직장에서 보았던 사보 '월간중앙'정도 수준이라면 좀 지나친 표현이다. 이럴 때 변화가 필요한 듯한 생각이 들었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달 책이 나올 때마다 작은 주문을 했다.

표지 컷부터 지적했다. 편집장에게 지난3월과 4월의 표지 설명을 들어보니 닭고기 요리라고 했다. 하지만 표지 1면이 너무 정적이고 상징성이 부족해 좀더 시의성이 있는 것으로 주문을 했다.

매달 의례적인 글로 편집되는 협회장의 권두언 또한 바꾸길 권했다. 대부분 질병이나 사료, 양계정책이나 사양관리, 기술 등으로 채워지는 전문가들의 고루한 기고편집보다는 협회농가들을 직접 방문하여 그 실정과 애로를 밝히는 생생한 현장기사를 주문했다. 사진도 좀더 과감하게 쓰기를 권장했다. 이런 주문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느낀게 있다. 변화를 대단히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편집태도나 방향이 지금까지의 양계협회의 전통이라며 고집하기도 했다. 또 너무 편집위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의존적인 면도 있다. 사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것은 창의성과 시의성이 생명이다. 그걸 살려야 기자가 살고 책이 산다. 그런 와중에 여러 갈등도 있었다.

오랜만에 35년전 월간양계 창간호를 찾아보았다. 창간호는 1969년 11월호에 발행되었다. 제호도 똑같이 월간양계다. 발행인은 반갑게도 양계협회 고문이신 오봉국 박사님이시다. 계란과 닭을 상징적으로 대칭시킨 표지 컷이 애교스럽다. 표지를 넘기고 광고 몇장이 넘어가면 오봉국 발행인의 발행사가 깨알같이 박혀있다. 첫머리는 이렇게 씌어져 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지금 곰곰 생각해보면 그때의 선배님들의 미래를 헤아리는 발행정신이 있었기에 월간양계가 이렇게 건장한 35주년을 맞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계속이길 빈다.

 

신동헌/협회전무/농업전문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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