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12-04 00:00
글쓴이 :
양계농 (221.♡.22.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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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의 침공'… 지구촌 곳곳이 화약고
[조선일보 2004-12-02 18:34]
공기 통해서 전염되면 전세계 확산 시간문제"
[조선일보 의학전문 기자]
중세 천연두의 창궐과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인류 대재앙이 현실로 다가오는가. 최근 오미 시게루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사무처장은 "조류독감의 전 세계적 확산을 피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한 인명 피해가 최소 700만∼1000만명, 많을 경우 5000만∼1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의 가능성에 대해 "very very likely(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오미 사무처장의 경고에 대해 WHO 제네바 본부측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WHO 대변인은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생각은 없다"면서 "조류독감의 확산에 대한 우려와 감시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미 사무처장이 말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태국·베트남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환자 사망자는 32명. 그중 조류독감에 감염된 딸을 간호했던 한 어머니의 감염은 '사람 대(對) 사람' 전염으로 의심됐다. 즉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가 돼지 등의 중간 매개체를 거치면서 사람끼리도 전염시킬 수 있는 유전자 변이 가능성이 감지된 것이다.
이 경우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일반 독감이 전파되듯이 공기를 통해 전염될 수 있으며, 전파력도 세지게 된다. 그러면 조류독감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는 데는 길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화 진전에 따라 몇 주일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1957년 이른바 '아시아 독감'이 전 세계로 퍼져 수십만명의 희생자를 내는 데는 6~8개월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대규모 백신 접종 프로그램도 조류독감의 전 세계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변이된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해서 유용하게 쓰는 데 걸리는 기간은 5~6개월. 이미 조류독감이 전 세계에 다 퍼지고 난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류독감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더 치명적이다. 사스는 주로 도시지역에서 발생했고, 병원을 통해 전파돼 환자 격리와 감시 활동이 비교적 수월했다. 하지만 조류독감은 광활한 농촌 지역에 영향을 미치며, 감염 동물에 대한 조기 감시 체계 구축도 불가능하다.
이에 WHO는 각 나라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구의 25~30%가 감염될 것에 대비, 전기와 운송 등 공공시스템 유지를 위한 응급 요원을 짜두고, 학교와 직장을 폐업하는 스케줄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환자 임시 수용 시설의 지정, 항(抗)바이러스 약물의 비축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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