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냉장유통시스템 기반 없이 계란 유통 문제 없나
세척란 온도규정 까다로워 비세척란인 것처럼 유통키도
물세척란 경우 작은 환경 변화에도
변질 가능성 더 높아
냉장유통시스템 구축 없이
계란 안전성 확보 '허구'
정부가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계란 안전성 대책의 일환으로 난각 산란일자를 비롯, 식용란선별포장업 신설 등 다양한 대책을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계란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냉장유통시스템의 구축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계란 냉장 유통과 관련한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일부 중소규모 마트 계란 유통 온도 못지켜
지난 2월 말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 시행을 앞두고 산란업계에선 반대 여론이 거셌다. 그 이유로는 산란일자 표기로 인한 폐기란의 증가와 농가의 피해 증가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대책이 계란 안전성 확보라는 본질적 목적을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냉장유통시스템의 구축 없이 계란 안전성 확보는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가정용으로 유통되는 신선란의 경우 식용란선별포장업장에서 세척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척의 범위에는 물세척, 브러시세척 등이 모두 포함되지만 대형마트 등에선 대부분 물세척 계란이 유통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계란 표면에 이물질이 뭍지 않은 물세척란을 깨끗한 계란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중소마트에서도 물세척란 납품을 요구하기도 한다.
물세척란의 경우 유통 온도를 0~10도로, 브러시 세척(0~15도)보다 좀 더 까다롭게 맞춰줘야 한다. 하지만 농장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제대로 일정 온도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 A 씨는 “대형마트의 경우 계란 유통차량 등 전 유통과정에 걸쳐 냉장유통시스템이 비교적 잘 돼 있기 때문에 온도를 10도 이하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며 “중소규모의 마트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아 안전 관리에 구멍이 늘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형마트의 경우에도 기획 행사를 진행하며 대량 판매를 하는 등 특수한 경우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일부 마트처럼 후방 개념 없이 제품 창고 자체가 냉장 매대인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라며 “그렇지 못한 경우엔 대량 판매 행사를 위한 추가 확보 계란은 상온에 방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세척란을 비세척란인 양 유통하기도
세척란과 비세척란 사이에 온도 규정에 차이가 있다보니 세척란을 비세척란인 것처럼 유통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에 계란을 납품하는 B 씨는 “대형마트의 경우 세척란을 선호하지만 종종 세척 이후 비세척란인 것처럼 포장·유통해달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세척란의 온도 규정이 더 엄격하기 때문인데, 결국은 소비자를 속이는 일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제도에도 방향성이 있어야 하고 현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이 돼야 하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바꾸려하니 현장에서 꼼수 아닌 꼼수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도 수용 가능한 방향을 제시하고, 정부도 지원 등을 통해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여러 방향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란도 축산물...온도 관리 철저히 해야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수의 선진국은 가정용으로 유통되는 신선란의 유통에 대해 온도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은 산란 후 36시간 이후부터는 7.2도로 유지해야 하며 유럽연합(EU)은 식탁용 계란으로 사용 가능한 Class A의 경우 0~5도로 좀 더 좁은 온도 범위를 규정,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각국이 이렇게 온도 규정을 두고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온도가 계란의 신선도를 좌우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온도가 일정하게 맞춰지지 않을 경우 계란의 급격한 상품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관계자 B 씨는 “온도가 일정하게 맞춰지지 않고 오르내리면 계란 표면에 결로현상이 발생한다”며 “결로현상은 계란 품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지만 유통 과정에서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계란을 축산물로 분류하면서 유통 과정에선 왜 축산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계란도 소고기, 돼지고기와 마찬가지로 생산 이후부터 소비자의 식탁에 가기까지 온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물세척란의 경우 계란을 보호하는 큐티클 층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작은 환경 변화에도 변질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급히 냉장유통시스템을 구축하고 철저한 온도 관리를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농수축산신문 이문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