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김모씨는 최근 5만수의 삼계 병아리를 입추하면서 부푼 꿈을 꿨다.
시세가 좋은데다 사육 기술도 자신 있었기 때문에 출하시 올릴 소득에 흥이 절로 났던 것이다. 그런데 입추 받은 병아리가 하루만에 이상증세를 나타냈다. 부푼 꿈도 잠시 하루새 2천수가 넘게 폐사가 발생한 것이다. 1주일새 속수무책으로 무려 2만여수의 폐사가 발생했다. 김씨는 즉각 병아리를 제공한 안모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사육을 잘못해서 폐사가 발생한 것을 왜 따지냐"는 엉뚱한 답변만 들어야 했다. 양계업만 8년을 종사한 그가 병아리 판매자에게 들었던 답변은 참으로 '생뚱' 그 자체였다. 이 때문에 김모씨는 아무런 피해보상도 받지 못하고 억대에 이르는 빚만 떠안게 됐다. 불량종계가 양계산업 망친다 김모씨가 속수무책으로 폐사를 바라봐야 했던 것은 불량종계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정상 종계가 아닌 교잡으로 이뤄진 엉뚱한 종계가 생산한 종란이 부화돼 김모씨의 농장에 입추된 것이다. 어떻게 정상적인 종계가 아닌 엉뚱한 종계에서 종란을 생산해 유통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종자법에 뒤쳐진 국내 관련법규 미비를 원인으로 꼽는다. 순수혈통을 결사코 보존하는 선진국에 비해 국내 실정은 참담하기 그지없지 때문이다. 온갖 혼합종이 넘쳐난 가운데서도 이를 규제할 법규가 없는데다 불법종자의 처리방법에 대한 법규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불법종계가 전국 각지에서 판을 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 몫이 됐다. 특히 선의의 농가 피해는 결국 국내 양계산업 피해로 이어져 개방화시대 물결속에서 국내 양계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퇴보하는 것이다. 불법종계가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 양계인이 1만수 규모의 종계업을 시작할 경우 순수하게 종계 구입자금만 4천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여기다 토지구입비, 건축비, 기타 잡비 등을 포함한다면 억대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이 때문에 영세 종계업자들은 비용부담으로 인해 정상적인 방법보다는 음성적인 불법종계업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 업자들은 영세 농장 및 부화장만을 찾아다니면서 위탁관계를 맺고 불법종계를 사육하고 있다. 불법종계는 각기 다른 품종을 교잡해서 생산한 것을 일컫는다. 토종닭 수탉과 산란계 암탉을 교잡한 것을 토종닭종계로 탈바꿈되는 것이 흔한 사례이다.
한국토종닭협회는 전국적으로 10만수 이상의 불법종계가 판을 치고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병아리 값이 600원 이상을 호가할 경우 불량종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종계 근절 왜 필요한가 종계의 역할을 인간과 비교한다면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양계업에 있어서 종계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어머니격인 종계가 건강해야, 튼튼한 종란이 생산되고, 이 종란은 튼실한 병아리로 탄생할 수 있다. 또 튼실한 병아리가 농가에 입식돼야만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양계산물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각기 다른 품종끼리 섞인 엉터리 종계가 판을 친다면 양계산업이 온전할 리 있겠는가. 발병원인조차 파악할 수 없는 질병이 난무한 불법종계를 근절하지 않는다면 결국 양계산업은 생산성 저하, 사육농가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 소비자의 외면 등 추락의 나날이 이어질 것이다.
관련법령 마련 시급하다 불법종계 단속 현장에 나선 이들은 한결같이 단속법규 재정비를 하소연한다. 불법종계라는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불법종계를 폐기처분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속법규도 제대로 갖춰진 것도 아니다. 불량 종계업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불법종계에서 생산된 종란이 부화장에서 병아리로 생산되는 등 완벽한 증거를 확보해야 그나마 2년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완벽한 증거를 확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불법종계를 사육하는 농장은 '모른다'로 발뺌할 경우 종계 미등록에 따른 범칙금이 전부이며, 부화장에서는 종란에 대해 유정란 판매용이라고 우길 경우 처벌할 근거가 없다.
문정진 사무국장은 "불량종계 단속 결과를 농림부에 제출해 불량종계를 근절할 수 있도록 관련법규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출처 : 농업인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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